점장소년 [인사]

 *캐붕 주의/ 날조 주의



..지금이 몇시지. 해가 뜬걸 보면 아침은 맞는데. 침대에서 가만히 멍을 때리다 부엌으로 기어 나와 아침겸 점심을 먹으려는데 장보는 걸 잊었다. 편의점이라도 갔다올까.

혼자 차려 먹는 게 귀찮아서 편의점에 자주 갔다. 빵은 이제 물리고, 그렇다고 매 끼 반찬과 국을 차려먹을 이유도 없으니까. 자주가는 편의점은 이제 내 얼굴을 외운듯 인사했고 나도 같이 대답했다.

늘 고르는 건 컵라면 여러개와 삼각김밥. 아니면 김밥. 가끔 더 없이 물린다면 시리얼이나 레토르트를 산다. 빵은 더 이상 먹기 싫기도 했고, 더 이상 그가 만든 것이 아니니까.

어제는 어쨌더라. 전철역 앞까지 뛰어가 낯익은 간판을 확인했지만 걸음을 멈췄다. 간다해도 나는 이미 그들에게 잊힐 인연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무척이나 다정해서 또 나같이 불쌍한 자를 도와주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난데없이 찾아가 인사를 건네도 될까, 게다가 나는 그들에게 여전히 그 보답을 할 수 없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알바생이니까.

지금 말고, 나중에 오자. 내가 좀 더 잘 컸고, 잘 지내고 있으며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때 까지만. 그때 까지만 안 오는 거야. 그때 되서 만나면 인사하고, 못 만나고 헤어지면 속으로 인사를 건네자.

아, 나는 당신들 덕에 매우 잘 클 수 있었다고. 고맙지만 지금도 나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조금 늦었노라고.

멋지진 않아도 멀쩡한 인간은 되고 싶었다. 알바를 하면서 틈틈히 돈을 모았다.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늘 빵을 만드느라 피곤한 그에겐 안마기를, 파랑새에겐 인간일 때 입을 수 있는 예쁜 옷이나 악세사리를 사주기 위해.

그들이 안 받는다고 나를 지겨워해도 그래도 이것만은 받아주길 바랬다. 신세진 값이야. 원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죽지 않고 멀쩡히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준 보답이야.

빵은 지겹지만 그들은 지겹지 않아서 멀리서라도 그들의 가게를 지켜봤다. 늘 같은데 자신만 없다. 오히려 더 많은 손님들이 왔다 가는게 좋은 일인데 기분이 이상해져서 입술을 꾹 다물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있다가 올게. 내가 당신들을 보고 좀 더 어른스럽고 여유가 있을 때. 목표가 있으니 힘들어도 할만했다. 그 사이 일도 익숙해져서 조금 칭찬도 들었고. 파스타를 하는 양식집이라 요리도 어깨 너머로 보고 조금씩 배웠다. 그러나 나는 할 수는 있어도 크게 취미가 없는지라 가끔 손님 초대용으로 쓸 것 같았다.

집에 손님이 올 경우는 매우 낮겠지만. 그렇게 며칠, 몇달이 지났다. 돈은 조금씩 모였고 선물을 살 수 있었다. 언제주지 하다가도 막상 용기가 안나서 쇼핑백을 들었다 놨다만 여러 번. 어떤 땐 일하느라 내가 너무 추레해 보여서, 어떨 땐 선물을 받아주지 않을까봐. 단순히 그런 이유로. 그래도 이젠 많이 끌었잖아. 거절당하더라도 보답은 하고 싶어서 알바를 끝내고 집에서 옷을 갈아입은 후 빵집으로 향했다. 전철역 앞의 빵집. 이상하게 24시간 하는 빵집으로.


(있음)

진짜 왜 24시간 영업을 하는 거야? 또 누굴 도와주려고? 입은 험해도 무척이나 다정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문을 열었다.

"..."
"나 좀 숨겨 줄 수 있어?"

내가 웃으며 뇌물이라는 듯 쇼핑백을 흔들자 그는 여전히 아무말없이 등을 돌려 나를 허락했다. 똑같은 공간의 똑같은 오븐. 그땐 어떻게 들어갔을까. 진짜 급하긴 했나봐. 오븐을 열어주며 내게 들어가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때와 똑같은 크고 따뜻한 손이 내 어깨를 토닥인다.

"어서와, 꼬맹이."
"..나 이제 꼬맹이 아닌데."
"나한텐 맞아."

점장은 웃으며 나를 오븐안으로 들이밀었고 나는 익숙하게 오븐 안으로 몸을 집어넣다 말했다.
"다 좋은데, 온 스위치 만은 켜지마요."
내 말을 듣던 점장이 크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마, 안 해. 할 생각도 없어."

(없음)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새 가게는 비워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와볼걸 그랬나. 주인을 잃은 쇼핑백이 내 손에 잡혀 있었다. 또 저번처럼 진짜 쓰고 고발하고 정리하고 떠돌아다니겠지. 근데 홈페이지 들어가니까 물가 상승에 맞게 진짜 비싸졌던데. 나만 돈이 없나봐.

텅 비워진 가게를 보며 나는 이미 지나버린 인사를 했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이 선물들이나 전해줘야지 하고. 발걸음을 옮겨 난 내 집으로 향했다. 날씨가 참 흐리면서 춥다.

"안녕, 잘 가. 내 마법사."


이거 쓰는 와중에 떠오른 썰은 파랑새와 점장이 한번쯤은 소년 알바처에 오는 썰은 생각했다가.. 어케오지 했다가.. 걍 점장이 잠을 한번 더 포기하는 걸로 합의 봄 (안 그래도 힘든 사람 더 힘들게 하기

쨌든 나랑 같이 마법사빵집 파지 않을래? 나랑 점장소년 먹자.. 제발.. 이제 뭐 쓰지.. 흠.. 완삐스? 아님.. 위저드..? 아님 내 자캐..? 흠.. 기력도 아이디어도 없어 슬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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