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장소년 [나는 그냥 거기 있었을 뿐인데]
*소년 성인!!! 소년 성인!!!
점장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나 같은 건 벌써 기억에서 지웠을까, 아니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빵을 굽고 있을까.
아마 그 마법사는 원체 무심한 성격이라 자신 같은 건 벌써 까맣게 잊어먹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또 불쌍한 사람이 보이면 내게 그랬던 것 처럼 또 살려주고 있겠지.
그것이 그의 성정인 걸 알면서도 나는 가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되곤 했다. 병인가 싶어서 병원을 가보려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덤덤해졌고 그 이상한 마법사만 생각하면 그러니 내가 마법사한테 하지 못한 말이 남아있어 그러려니 했다.
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고마웠어, 잘 가. 뭐 이런류겠지. 한 번은 얼굴을 보고 싶은데 나를 귀찮아 할 수도 있으니까. 챙겨준 건 옛날이고 얼굴 볼 때 잠깐 반가웠다가 반복되면 다시 무던해지고 그 얼굴에 나에 대한 귀찮음이 묻어나는 게 무서워서.
그렇게 며칠을 고민 중이었다. 뭐라 말을 해야 할까. 요즘 당신 때문에 몸이 이상해? 혹시 이런 거에 관련한 약이 있어? 이렇게 말할 순 없지 않은가. 그리고 애초에 마법사는 마법사지 의사가 아니다. 그렇다고 마법사가 현대의학을 쓰는 것도 신기해서 당장 티비 프로에 제보해버릴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을 귀찮은 존재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나는 당신 덕에 사람 흉내는 내면서 살고 있다고 그냥 그런 인사말만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 정도로 나는 마법사를 그리워했다. 보고 싶었고. 그것이 다였다. 그것이 다지만 내게는 큰 이유였고, 어려운 결정이었다. 당신은, 과연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사실 나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했던 나를 잊었으면 좋겠다가도 나만은 지나가는 한 사람이 아니길 바랬다.
나는 이런 짝사랑을 하면서도 고백할 용기는 없었다. 당연하지. 자신의 나이가 수백이 넘는데 어떻게 갓난아이랑 사귀냐며 자신을 몇 번이나 뻥뻥 차버리겠지. 그럼 마법사는 평생 혼자인가. 그거에 또 좋아해야 하나.. 아니면 이미 자신도 같이 글렀다고 우울해 해야 하나. 차라리 마법사가 만든 체인 윌넛 프레첼을 사서 입안에 쑤셔 넣어버릴까. 그럼 자신을 잠시라도 봐주려나. 아니지, 오히려 그런 짓 했다고 더 싫어할 거야.
한참을 집에서 혼자 땅을 파며 끙끙댔다. 원래 사랑이란 것이 이렇게 힘들던가. 자신에게 이런 어른이 없어서 그랬던 걸까. 조금만 다정해도 이렇게 속절없이 마음을 빼앗겨 버리는 게 과연 맞을까. 하지만, 내가 좋다는데.
좋아하니 패기로 밀어붙여 볼까 하다가도 자신을 경멸할까 무서웠다. 차라리 그럴 거면 이런 상황이 좋지 않나. 자신만 감정 정리 하면 되는데. 그렇게 끝내면 되는 거 아닌가.
"마법사!"
"깜짝이야. 뭐야? 왜 그래?"
하지만 나는 그러기 싫어. 나한테 다정했던 사람을 고백도 못하고 도망치는 건 더 싫어.
"..둘만 얘기하고 싶어."
"?, 그래. 파랑새 잠깐만."
"다녀와~" 파랑새는 내가 이러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나 보다.
"할 얘기 있어?"
"..응.."
마법사를 끌고 제빵실로 들어왔다. 솔직히 마법사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지 않을까.
"너.."
"..차일 거 알아. 그래도 고백은 하고 싶었어.. 마지막일 수도 있잖아."
"..안 들을 거야. 그만해."
"한 번만. 딱 한 번만 들어줘."
"...화낸다."
"..화내도 돼."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 아주."
"...미안해. 나 싫어해도 돼. 그렇지만. 나한테 다정한 어른은 마법사 뿐이었어."
"...."
"그래서, 좋아하게 됐나 봐."
"그만해."
"나 마법사가.. 좋아.."
"그만!"
마법사가 큰소리 치더니 못 들은 걸로 하겠다며 제빵실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나는 내 고백을 제대로 끝마치지도 못 한 체 거기 있었을 뿐이었다.
"..마법사가 진저리치더라." 파랑새가 익숙한 듯 거기 제빵실로 들어왔다.
"응.."
"너 같은 애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알아."
"그런 애들 고백 받아줄 만큼 마법사는 성격도 안 좋고, 바빠. 알잖아."
나를 위로해 주려는 듯 마법사의 험담을 해준다.
"고마워.."
"내가 뭘.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
"아냐, 가게 봐야지."
여기가 오늘로 마지막이겠지. 반가웠지만 내가 이 평화를 깬 거다. 미안했다. 파랑새는 얼마나 이 사태를 봤을까.
"미안해. 불편하게 해서."
"그런 녀석 뭐가 좋은지 모르겠어." 파랑새가 괜히 날 위로해준다며 툴툴거린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하면 가게는 누가 봐?"
"누가 보긴, 주인이 봐야지." 파랑새가 당연하다는 듯 카운터에 있는 마법사를 힐끗거렸다.
"그러니 나랑 가자!"
오랜만에 외출인지 파랑새는 나를 끌고 나갔다. 파랑새와 같이 나가서 평소 파랑새가 하고 싶었던 걸 했다. 다른 빵집 가기, 카페 가서 수다 떨기, 잡화점 들어가서 물건 사서 고르기 등 평범한 소녀가 할 법한 것들. 나도 이런 건 처음인지라 따라다녔는데 나름 재밌는 일이었다. 이젠 조금씩 돈을 쓸 수 있기도 했으니까.
"저거 어때?"
"음, 예쁜 것 같은데.."
"그럼 저건?"
"..잘 모르겠다."
"고민되네."
"..다 살래? 사줄게."
"정말?"
"응, 고마우니까."
"앗싸! 고마워!"
머리띠를 사면서도 마법사만 생각이 났다. 이런 어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나를 거둬준 마법사 덕분인데.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었다.
"뭘 좋아할까?"
"다시 고백하게?"
"아니야, 고마워서 너도 사주는 김에 같이 사서 선물로 주려고."
"음.. 마법사는 그런 거 좋아하던데."
"뭐?"
"왜 그런 거 있잖아. 앉으면 몸 두들겨주는 거."
"..안마의자는 너무 비싸서 지금은 못 사줘."
"그런 비슷한 건?"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
하긴 어깨가 자주 뭉친댔으니 그런 것도 좋을 것 같아서 파랑새와 같이 상점을 뒤졌다. 적당한 크기의 안마기를 찾아내 구입하고 돌아오자 어느새 해가 지려는 오후라 혹시라도 가는 중에 변할까 싶어 파랑새를 데리고 함께 택시를 탔다.
익숙한 동네, 익숙한 길에 택시가 멈추고 빵집의 문 앞에 섰을 때 딱 맞게 해가 지고 있어서 파랑새는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가게는 사람이 없었고 파랑새는 서둘러 변신해 위생법으로 걸리기 전에 제빵실의 오븐으로 들어가 버렸다.
"..."
"..."
그리고 남은 건 나와 마법사였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대고 있을 때 마법사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얼른 가. 집에서 걱정하겠다."
"...응..."
이제 내 집엔 아무도 없는데. 오히려 아무도 없는 게 이젠 편한데 왜 이리 아프지.
"그건 뭐야?"
"아, 파랑새 거야."
"사준 거야? 얼마였어?"
"아, 아냐! 그동안 고마워서 내가 선물한 거야."
내가 쇼핑백을 그대로 들고 있자 손을 뻗는다.
"그리고.. 마법사한테도 고마워서 샀어."
"뭘?"
"비싼 거 아니고 그냥 안마기야. 좋대서 샀어."
"왜?"
"고마워서."
"뭐가?"
"나 그때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살지도 못 했을 거야. 그게 고마워서."
"그래."
"그리고 못 먹었지만.. 타임 리와인더랑, 저주 인형 쿠키에 아무것도 안 넣어줘서 고마워."
"..고마운 것도 많네. 당연한 거지."
마법사, 세상엔 그렇게 당연한 어른의 역할 못 하는 사람이 더 많더라. 그리고 당신의 호의에 나처럼 넘어가는 사람도 많았겠지.
"오늘, 미안했어."
"..아냐, 괜찮아." 아마, 이게 마지막이겠지. 우리의 인사는.
"갈게."
"그래." 짧은 인사를 나누고 나는 빵집을 나왔다. 그리고 정처 없이 걷다가 잠시 멈춰섰다.
나는 그냥 거기 있었다.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나의 첫사랑이 너무 아프게 끝나서 그만 그 자리에서 훌쩍거렸다. 두 번 다시 사랑 같은 거 안 할 거야. 그리고 아마, 못 할 거야. 나한테 다정하다고 마음을 뺏긴 나도 이상하지만 내가 호감에 넘어가게 한 마법사도 잘못이 있다는 말 같지도 않은 억지도 부리면서 혼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우울해."
혼자 있는 집에서 괜히 청승 떨며 울었는데 그래도 나름 괜찮았는지 배고픈 것 빼고는 다 괜찮았다. 내일이 주말이라 다행이지. 하마터면 또 알바처에서 한 소리 들을 뻔했다. 눈이 부어서 얼음주머니를 수건으로 감싸 눈 위에 올려두었다. 밥은 뭐 먹지. 뭘 시켜 먹을까 하다가 그냥 귀찮아서 다시 자리에 누웠다. 조금만 쉬고 밥 먹자가 이렇게 잠들어버릴 줄은 몰랐다.
"..."
익숙한 꿈이었다. 이제는 다 연이 끊어진 가족이었던 자들의 꿈. 그들은 익숙한 듯 나를 무시하고, 나도 그들을 무시한 채 내 방을 들어간다. 나는 또 변변찮은 용돈으로 산 빵의 포장지를 뜯는다. 어두워서 방 불은 켰는데 이상하게 어두워서 괜히 책상 앞 의자에 무릎을 올리고 고개를 묻었다. 곧 끝날 꿈이야. 너는 이제 여기에 있지 않잖아. 너는 이사도 했고, 너를 압박하는 가족도 없어. 나는 괜찮아. 그렇게 한참을 혼자 중얼거리다 문이 닫힌 바깥에 귀를 기울이면 내가 없어도 된다는 듯 즐겁게 얘기를 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분위기는 이런 거 였을까? 하지만 그걸 깬 건 나도 아니고 그들도 아니다. 오로지 가해자인 그 인간이지. 그 인간은 지금 열심히 복역 중일 테다. 그 후 나도 연락을 끊어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가끔 꿈에서 이 문을 열고 나가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내가 방문을 나가면 그들은 사라질까, 아님 거기에 가만히 있을까. 원래 평소라면 이 방에 있다가 깼을 텐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도 알고 있다. 이 일은 언제 한 번은 넘어서야 내가 좀 더 단단해지고 성장할 거라고.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만 나는 그러기 싫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조금만 더 용기를 내 보고 싶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문고리를 잡아서 돌리기만 하면 되는데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알고보니 이 모든 게 현실이라면? 마법사와 파랑새는 내가 회피 본능으로 만들어낸 도피처고 만약 이 상황이 현실이고 진실이라면? 그럼 나는 그때도 제정신일 수가 있을까? 처음으로 두려워졌다. 정말 그렇다면 내가 도망칠 곳은 이제 없는 것인가?
"!!"
그 순간 잠에서 깼다. 엄청난 악몽이었는지 얼음주머니는 떨어졌고 내 몸은 땀범벅이었다. 평소 보다 훨씬 더 끔찍한 아픔인 것이 마법사를 괴롭히던 몽마가 나를 찾아왔나 싶었다. 예전에도 날 보며 마법사와 만만찮게 재밌다고 했으니까.
"으..." 아파서 쉬었던 건데, 악몽이라 더 힘들어 머리를 짚었다. 혼자라서 나를 걱정해 줄 사람은 없겠지만 아픈 게 딱히 좋진 않아서 미간을 찌푸렸다.
"아파?"
"...?"
분명 여기서 들리면 안 되는 목소린데. 심지어 여긴 빵집도 아니고 내 집이잖아. 이젠 환청도 듣나? 말도 없이 가만히 있는데 어떤 손길이 나를 뒤로 다시 눕힌다. 익숙하면서도 나름 다정한 손길에 놀라 눈을 떴다. 어떻게 들어왔지? 내가 문 안 닫았나?
"왜 그래?" 사람이 너무 놀라면 말도 안 나온다더니 난 또 예전처럼 말을 더듬거렸다.
"여, 여길 어떻게 들어왔어???"
"아." 그리고 저렇게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도 신기하다. 나 방금 당신한테 차였는데.
"아파 보이길래 혹시 몰라서 왔는데 문이 조금 열려 있어서 무슨 일 있나 싶어서 들어왔지."
"..고마워. 그치만 다음부턴 그냥 문만 닫아주고 가도 돼." ..그래, 내가 보고 싶었을 리가.
"그러다 혼자 있다 아프면."
"..음.. 글쎄..?" 애초에 이젠 그렇게 신경 안 써줘도 되는데. 그리고 당신의 호의가 나를 더 아프게 해. 냉정하려면 끝까지 냉정해야 되는 사람인데.
"대책 없이 굴지 말고. 와서 밥 먹어."
이런 호의에 계속 기대면 안 되는데. 이게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나는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나한테는 당신 밖에 다정한 사람이 없어서. 괜히 또 이 관계를 저버릴 수가 없어서 잠시만, 아주 잠시만 당신의 호의에 조금만 더 기대고 있을게.
"..마법사가 빵 말고 밥도 할 수 있어?"
"내가 했겠어? 사 왔지."
"아." 뭘 묻냐는 대답이지만 오히려 이게 더 마법사 다워서 괜히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한테 요리 바라지마. 기대 이상 일 테니까."
"안 좋은 쪽으로?"
"그럼 좋은 쪽이겠어? 얼른 먹어. 식겠다."
처음 온 집이지만 마치 자기 집처럼 움직여서 그릇과 수저를 건넸다.
"고마워."
"얼른 먹어." 그러더니 내 맞은 편에 앉는다. 안 갈 생각인가?
"마법사 바쁜 거 아니야?"
"애 하나 돌 볼 시간은 돼."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럼 먹기나 해." 그 말에 순순히 수저를 들어 밥을 먹었다.
내가 먹는 걸 빤히 쳐다보다 마법사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어른이 돼서 그렇게 거절하면 안됐다고 파랑새한테 혼났어."
"...."
"미안, 나는 나이를 많이 먹었고. 네가 빨리 맘을 접기 바래서 그랬어."
"..응, 알고 있어."
"너한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게 동경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 나는 너한테 고백 받을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아닌데.
"그리고 지금 네가 나를 좋다고 해도 또 시간이 지나서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으니까. 그럼 나는 좀 슬프겠지. 아무래도."
"...."
"그러니 이렇게 하자. 지금은 내가 돌봐 줄 어린애로 하자."
"지금은..?"
"응. 그리고 네가 진짜 나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을 때가 오면 그땐 언제든 받아줄게."
"그때가 언젠데?"
"..음.. 네가 나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멋있는 어른이 되면."
"...? 어려워."
"그러니 오래도록 천천히 생각해보란 얘기야. 나는 늘 여기 있을 테니까."
"..응." 우리 둘 다 이 말이 정말 이루어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넘어가는 것 보단 이렇게 말해두는 것이 지금의 우리에게는 최선이자 양보겠지. 그래서 나도 그저 수긍했다.
방금 전까지 누가 사준 밥이,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날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사랑이 잠시 멈췄다. 언제 다시 움직일지 모르는 채로.
솔직히 진짜 아직까지 청소년 문학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은.. 죄책감이 몰려오지만??? 진짜 이래도 되나???? 어???? 큐ㅠㅠㅠㅠ.... 여러분 그래도 마법사 빵집 재밌어요.. 봐주세요.. 여러분은 소년이 성인 기준 일 때 점장소년인가요 아님 소년점장인가요.. 저는 일단 점장소년..입니다.. 개마쉿음.. 존맛탱임..
소년 성인인데 안 이어졌으니 봐주세요(?) 나는 원래 망사랑도 좋아한다네!!! 깔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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