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조사 [형님]

*마도조사/쌍섭=ㅁㄱㅎㅅ임.. 취향.. 지뢰.. 주의..!! +희신..회상?
ㄱㅊ, 지뢰 소재 주의!
회상이 명결 생각하는 앓이글이라 지겨울 수 있음 + 약간의 희신..회상??
* 생각보다 길 수 있으니 시간 많으실 때 천천히 보는 거 추천!


"형님, 저 하나만 물어봐도 되나요?"
늘 여느 때와 같이 들고 있던 부채를 접었다 펴면서 섭회상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
"제발, 딱 하나만 여쭤볼게요."
"..."
그래도 자신의 형님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
"제가 그리도 미우신가요, 형님."
"..."
차라리 원망이라도 해 주시지 어째 아무 말도 없으신지. 아니면 자신이 너무 한심하여 이젠 말 조차 섞지 않으시려나.

"제발요.. 이제 이 모자란 동생은 어찌 살아야 합니까?"
입으로 나온 말은 이런 물음이었지만 곧 전체를 뜻하기도 했다.
'형님, 정말.. 돌아가신 겁니까? 이 못난 아우를 두고 그렇게 가버리신 겁니까?'

보통은 자신이 아무리 유약해도 이렇게 징징거리면 한 번은 봐주셨는데.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이런, 어떻게 풀어드려야 할까. 저번처럼 수련하는 척이라도 해볼까. 그럼 일어나 혀를 차며 한 번은 다시 회상, 이라며 불러 주시지 않으시려나.

"..섭종주."
"..저리가세요."
"..회상아."
"저리 가시라고요!!!"
늘 유약하기만 하던 회상이, 처음으로 자신을 늘 달래주던 둘째 형님에게 소리쳤다.
"아상."
"..누가!! 지금 나를 감히!!!"
그 누가, 자신을 이렇게 부르는가. 감히 누가. 어렸을 때 섭회상이 어렸을 때 섭명결이 불러주던 이름을 이젠 그도 없는데 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형님이자 전 섭종주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곳이다. 소란은 피우면 안된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택무군! 제가 지금 제정신으로 보이십니까? 저는 지금 제 가족을 잃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던 가족을 잃었다. 형님이지만 아버지 같고, 때로는 태산 같이 장엄하고 무거운 그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어떤 위로를 하던 자신의 맘에 들지 않을 것이다. 차지도 않고. 섭명결은 자식도 없고 여인도 없었으니 자연스레 자신이 새로운 종주가 되었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자신을 이끌어 줄 이는 이제 없고, 수련하면 할 수록 비참해진다.

이러면 가문이고 뭐고 다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도에 미쳐죽던지 죽는 건 마찬가지인데 그럴거면 차라리 그냥 놔버리는 게 더 나았다. 섭종주는 섭가가 빨리 망하길 간절히 빌어야 했다. 그래야 더 이상 이것 때문에 사람이 죽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러나 섭명결인 자신의 형이 이 섭가를 지키다 갔으니 자신이 죽기 전까지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ㅈ..죄송합니다. 희신 형님.. 제가 경황이.."
"..아니다, 내 너를 이해하지 못 했구나."
회상이 화내는 건 오랜만인지라 희신이 사과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쉬고 있거라. 나머지를 도우러 가보마."
"..예, 감사합니다. 희신 형님."
위로하듯 자신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사당을 나갔다. 이젠 정말 자신 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
주화입마였다. 그건 아무도 반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다 꾸며진 일이라면? 누군가 자신의 형님이 맘에 들지 않아 일을 계획한 것이라면?
"..절대.."
그렇다면 그 자는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 살아도 끝내엔 그의 모든 것이 무너지리라. 그의 위신, 체면, 재력 그 모든 것이 다 산산조각 나서 저승까지 욕이 들리게 해주마.

우두둑, 자신이 손에 쥐고 있던 부채의 대가 부서졌다. 꺾어진 부채가 너덜거렸지만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 이럴 줄 알고 형님이 주신 부채를 안 들고 오길 잘했다. 분명 그가 준 것도 이렇게 부러트렸을테니까.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하나씩 단서와 정보를 모아야 했다. 칭찬은 아니지만 불같은 성미 덕에 형님은 늘 주변에 적이 있으셨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자신의 형님은 위엄이 넘쳤다. 그 점이 멋있었으나 자신은 늘 형님보다 나은 것이 없었다. 

한가롭게 노는 것이 더 성미에 맞았으니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섭가의 방계로 돈이 많았다면 이러지 않았어도 될 텐데 싶다가도 그러면 형님의 아우가 되지 못 했을테니 이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장례는 치렀으니 무의미한 종주짓도 시도는 해야지. 적당히, 뭐든지 적당히, 기밀인 것은 자신이, 그나마 믿을만한 형님들에게 알려서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자신의 계획이었다. 그 외는 모른다고 바보가 되는 것. 자신의 계획이 알려지면 안되니 일단 지금처럼 바보가 되어있자.

"형님, 저를 두고 잠이 오십니까."
자신이 지금 당신의 복수를 계획하신다면 어떻게 말하실까요. 쓸데 없는 일이라 하실까요, 아니면 복수해달라 하실까요. 당신은 분명 내게 어떻게 말하진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갈 성정은 아니시니 제가 어떻게든 결과를 받길 원하시지 않으실까요. 형님, 저는 형님이 쓰러지던 날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끝내 죽어가는 마당에도 놀란 저를 쳐다보고 있는 형님의 눈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잊겠습니까. 저를 그리 아껴 준 사람을.


"아상."
어릴 땐 아상이라 부르며 많이 귀여워해주신 것 같은데. 품에 어르고 업어주시며 많이 놀아주신 것도 같은데. 다 커서는 이제 사람 구실을 하라며 혼내시기만 하셨지요. 그러나 알고 있습니다. 차도, 그림도, 음악도, 부채도 아무것도 모르시는 분이시지만 제 생일이나 제가 화났을 땐 달래주시려고 최대한 좋은 것을 고르고 골라 제게 보내주신 것을, 저는 압니다.
"아상!"
"형님!"
"여긴 위험하니 오지 말라고 했잖느냐!"
자신도 어릴 텐데 겨우 6살 적은 동생이 걱정되어 도를 수련하는 것도 멈추고 자신에게 올 정도였다. 아마 부모님을 일찍 잃은 것도 한 몫 했겠지. 그러다보니 자신의 일찍 종주가 되어 기반을 잡을 때 까지 혹시라도 위험해지지 않게 고소로 강제로 떼어낸 것을 이젠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형님!! 저는 싫어요!! 안 갈래요!! 여기 있고 싶어요!! 형님이랑 있을래요! 제발요!!"
어렸을 때라 공부도 싫었고, 형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기도 무서웠다. 차라리 죽어도 여기서 죽고 싶었다.
"아상!!"
이렇게 화낸 형님은 본 적이 없었다.
"언제까지 어린애 같이 굴꺼냐!!!"
탁자를 내려치자 테이블이 무너졌다.
"종주님이라 부르지 못해!!"
스물이 되기 전에 종주직을 맡게 되었으니 어찌 정신이 없었을까. 어찌, 자신도 동생을 떼어내고 싶었을까. 하지만 자신은 현재 종주고, 가족은 동생뿐이다. 게다가 자신은 혼인도 하지 않고 자식도 없으니 훗날의 섭종주는 회상뿐인데 이런 연약한 동생을 죽게 하긴 싫었다.

"네가 싫어도 고소에서 널 데리러 올 것이다! 네가 내 동생이라 이번만 마중할테니 잠자코 짐이나 싸거라!!"
호통치는 형님이 무서워 울먹거리며 방을 나오긴 했지만 또 가주의 뜻이라 얌전히 짐을 챙겼다.


"형님도 참.., 언질이라도 주시지요. 네가 걱정되니 안전한 곳에 일부러 남선생님이 직접 오시는 것이라고요. 살아남으라고.. 그렇게 말이라도 해주시지요."
모자란 아우는 이제야 형님의 뜻을 알았다. 이미 늦어 현세에선 그런 일도 있었다며 술 한잔 기울일 수 없지만 후에 저승에 가면, 아니 세월이 지나 언젠가 다시 형님으로 만난다면 그때는 이 지난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섭종주."
"남 선생님."
자신은 따라가야 하지만 따라가기 싫어서 훌쩍대고 있었다. 둘 다 인사를 주고 받고 눈짓도 주고 받았다. 아마 섭종주는 그나마 제일 안전한 곳에 동생을 맡기니 잘 봐달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섭회상."
혹시라도 맘을 바꿨나 싶었지만 회상은 자신의 형의 성정을 잘 알았다. 대쪽 같고, 불 같고, 정의로웠다. 그만큼 앞뒤가 같았다. 그래도 자신에겐 많이 봐주는 편이었다.
"예.., ㅎㅕ.. 섭종주님."
남계인이 위에서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 호칭을 바로하고 형님을 쳐다보았다.
"시험이 통과될 때 까진 섭가로 돌아올 생각 말거라."
"예??"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말인가. 고소는 심지어 운심부지처는 교육이 엄청나고 시험도 어려웠다. 제게 이대로 섭가로 영영 돌아오지 말라는 뜻 같아 더 서러워졌다.

"형님..!"
"어허!"
남계인이 호통을 치든 말던 서둘러 형의 소매를 잡았다.
"거짓말이시죠?? 여기가 제 집 입니다!!"
드디어 자신이 싫어지신 건가. 이제 거슬리는 건가. 형님이 원하신다면 별채에 박혀 나오지 않을 자신 있는데. 가끔 형님이 자신 쪽에 놀러와주신다는 약조만 하면 정말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데.
"제가 잘못했어요..!!"
잘못한 건 모르겠지만 일단 싹싹 빌었다. 자신은 여기가 살 곳이자 죽을 곳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큰 산이던 형님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자신은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나는 시험에 통과하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네."
더 이상의 어리광은 봐주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것이 회상이 열셋에서 열넷의 얘기였다. 이 후 정말 시험이 통과할 때 까지 일찍 돌아가진 못했다. 애초에 수업에 그리 관심을 갖지도 못했고, 자신이 그렇게 공부하지 않았던 건 형님이 한 번은 봐주셨으니까. 늘 해가 바뀌면 자신을 불렀으니까. 물론 잠시 있다 다시 보내긴 했다. 자신은 안정된 것 같은데 형님은 아니셨던 모양이지. 이젠 아는데. 그러나 이젠 알아도 형님이 없다.

"형님, 저승은 어떠신가요, 또 꼴도 보기 싫은 사람들이 있어 성질 못 죽이시는 거 아닙니까? 형님의 패도는 여기 있는데 말이지요."
온씨나, 맘에 들지 않아 화를 내는 형님의 성질이 생각나 쿡쿡대며 웃다가, 또 잠시 슬퍼졌다. 칼이라도 드릴걸. 그러나 패도는 같이 묻어두기만 하고 감히 녹이질 못했다. 행로령에 묻었으니 잘 있겠지. 형님의 시신도, 분명 잘 있을 것이다. 있었어야 했다.

그러다 시신이 없어졌다. 어느 한 순간에. 제대로 있지도 않고 시신은 따로 놀았다. 감히 이 범인은 뭐가 싫어서 죽은 사람의 시신 까지 토막냈는가. 그럼 자신도 이 자를 산체로 토막내줘야 수지가 맞았다. 모든 것은 분수와 이치에 맞아야 한다. 자신의 형님이 죽음을 당해 토막났으니 이 자도 같은 꼴이 되게 해주리라. 이미 죽은 가족까지도.

복수를 해야 된다는 생각만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자신의 패도를 멀리 두고 와서 다행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자신도 진작에 형님을 따라 갔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 손에 남은 하나 남은 왼팔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아무도 모르게 꽁꽁 싸매고 자신의 밀실로 가져왔다. 분리가 되어도 포악한 것이 참으로 형님을 닮았다.

"형님, 형님은 죽어서도 평안치 못 한 것입니까?"
왼팔이 이렇다면 다른 시신들도 날뛰고 있을 것이다. 하루 빨리 형님의 안식을 돌려드려야 하는데. 바보 짓만 하려니 잘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해야 했다. 자신의 가족아닌가.
"형님, 제가 찾아 반드시 복수하겠습니다."
왼팔을 조심히 품에 안았다. 난폭한 팔이 버거웠지만 놓을 수 없었다. 마지막 인사가 될 것 같기에.
"연모합니다, 형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좋아한다고. 조심히 봉인한 왼팔을 담은 주머니에 살짝 입맞췄다. 가끔 형님의 손이나 어깨에 기댔었다. 누구보다 남자다운 몸이 참으로 부러웠었다.


"형님, 형님."
"아상."
늘 형님을 귀찮게 쫒아다녔지. 소맷자락이라도 잡고 흔들면 형님은 등을 내주셨었다. 그 등에 업혀 조잘거리면 듣다가도 답해 준 좋은 형님이셨다.
"형님, 저는 언제 아버지와 형님처럼 클까요?"
"곧. 밥 잘 먹고, 편식 안 하면 다 큰다."
어렸을 때 일이 자꾸만 생각난다.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달래준 형님이셨다. 동생을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고이고이 길러낸 귀하디 귀한 동생. 아무래도 자신의 어머니가 형님께 잘해줬던 모양이지. 그러니 형님이 저를 아끼셨을테고. 언젠가 이 손에 턱을 대고 싶었다. 거친 손바닥에 자신의 뺨을 대고 부비적 거리다 형님이 자신의 턱이나 입술을 손가락을 희롱해주길 원했다. 형님이 하라시면 자신은 섭명결의 애완 인간으로도 남을 수도 있었을 정도로. 그는 그를 사랑했다. 언젠가 꿈에서 자신을 만지고 희롱해줄 때도 좋았다. 오히려 만져달라고 낑낑댔다.


"형님, 형님이 완전히 붙으시면 저를 알아봐 주실까요. 아니면 저도 싫어 죽이려 하실까요. 그치만 형님, 돌아가시기 직전에 제 팔을 베시고 정신이 들으셨을 때 '감히, 내가 동생을..!' 하는 표정이라 저는 안심했습니다. 저를 다치게 할 생각은 없으셨던 것이죠? 그저 실수셨던 것이죠? 절대.. 제가 미워 저를 죽이시려는 게 아니셨죠?"
그 때 다쳤던 팔을 지그지 눌렀다. 아프지 않아. 오히려 자신으로 인해 형님이 정신이 돌아왔으면 그것으로 되었다.
"형님, 저예요!!! 회상!!!"
'형님이 그리 아끼시던 아상! 아상이에요!!'

자신을 누구로 착각한걸까. 셋째 형님에게 그리 화를 내시더니. 한참 고민하다 고개를 푹 숙였다. 모르겠습니다. 형님, 왜 제겐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어요. 제가 그렇게 의지가 되지 않던 동생이었나요. 아니면 그저 단순하시니 그냥 까먹으셨던 걸까요. 저는 언제쯤 진실을 다 알 수 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형님. 저는 정말 더 이상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미 형님 일 밖에 관심이 없는데. 다들 저 보고 이겨내라 합니다. 저는 아직도 형님을 놓지 못했는데도. 계속 슬픔에 잠기지 말랍니다. 그건 어떻게 하는 걸까요.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그렇게 한참을 왼팔을 끌어안고 한동안 울었던 것 같다. 저는 아직 형님을 보낼 준비가 안됐어요. 그게 몇년이 흐르던요. 누구의 머릿속에선 잊혔어도 자신 머릿속에선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편하게 간 것도 아니고 사고로 비명횡사를 했는데 어떻게 자신이 잊을 수 있나.
"섭종주님, 이 건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모르겠어요."
"종주님, 이것 좀 봐주십시오."
"..저는 몰라요.."
"종주님."
"..형님들께 물어보겠습니다.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형님이 하던 일인데 자신에게 오니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정말 모르기도 했고, 언제든 다시 형님이 돌아와 이것도 못하냐며 가르쳐 주실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대는 형님의 의형제들 뿐이었다는 사실만이 자신의 가슴에 더 크게 못을 박았다.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인 걸 알아야 하는데. 믿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잘 먹지도 않고 방에만 틀어박혔다. 다들 찾아와 위로를 해주고, 선물을 보내줘도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회상."
"...예."
섭종주만의 측근만이 들어올 수 있는 방안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뭣 좀 먹었느냐."
"..예."
"..또 거짓말을 하는구나."
익숙한 목소리가 이미 식어버린 식판에 고정하며 한숨을 쉬었다.
"..조금 먹었습니다. 입맛이 없어서 그래요."
"..입맛이 없어도 먹어야지. 이러다 쓰러진다."
"저는 괜찮습니다, 둘째 형님."
익숙하게 자신의 상태를 살피러 온 희신이었다. 그만 오셔도 되는데. 안 그래도 바쁘신 분이. 어차피 며칠 후에 자신이 찾아가 도움 요청 할 텐데. 늘 그랬듯이. 귀찮을 정도로.

"형님이 슬퍼하시겠구나. 이보게, 가서 섭종주가 드실 음식 좀 내오게. 좋아하는 찬도 좀 가져오고."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희신 형님. 저 진짜 괜찮아요."
결국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어보였는데도 얼굴이 상한 것이 많이 티가 나는지 희신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얼굴이 많이 상해 형님이 슬퍼하시겠다. 동생이 이리 야위어서."
"..그러실까요?"
"그럼, 네게 말은 안 하셨지만 너의 학업과 생활에 관심이 많으셨지 않느냐."
"..기억납니다, 늘 그러셨지요."
조금이라도 나오는 섭명결의 얘기에 회상의 얼굴에 빛이 돌았다. 그래서 희신은 회상이 더 쓰러지지 않게 명결의 얘기를 좀 더 풀어놓았다.

"네가 가주가 되지 않더라도 네 몸 하나는 건사하길 바라셨지."
"..그러셨죠."
"그런데 너는 영 흥미가 없었으니 큰형님 입장에선 속이 많이 아리셨을거야."
"그러게요.."
"시험은 을만 받아오니 세번씩이나 보낸 것이고."
"저도 압니다. 모두 다 저를 위해 그러셨다는 것을. 그래도 아직은 그리워요."
"모두 그렇게 그리워 한단다. 그러다 무뎌지는거야."
"..저도 무뎌질까요."
"그럼.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힘든 것도 이겨내고 슬퍼지긴 해도 따라가고 싶진 않을거야."
희신이 회상을 위로하며 시녀가 가져온 죽을 받아들었다.
"자, 따뜻하고, 네가 좋아는 것이니 한 숟갈만 뜨거라."
"..제가 먹겠습니다, 형님."
"몇 번 먹고 내려놓을 것 아니냐."
희신이 죽을 떠서 불어주며 식혔다. 죽이 숟가락 위에서 천천히 식자 입 가까이 갖다대주며 웃었다.
"자, '아-' 하거라."
"..제가 먹을 수 있습니다, 형님."
"그래도, 아-"
"..아-"
회상이 못 이기는 듯 입을 벌리자 조심스레 먹여주며 결국 한 그릇을 비워내게 했다.

"배불러요, 희신 형님."
"다행이구나. 이제 난 일을 도와주러 가보마."
"예, 잘 부탁드려요."
"그래, 기운내고."
희신이 나가자 회상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긴 계속 이렇게 있을 순 없었다. 범인을 알아내고 그의 죽음을 보려면 살아남아야했다. 그렇게 회상은 범인도 모르는 본격적인 바보가 되기로 결정했다. 그러다가 모현우를 이용해 모가장에 왼팔을 던져넣었다. 그럼 이제 헌사된 위무선이 자신의 형님을 몸을 찾아줄테니 자신은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조용히, 얼마가 되던 기다릴 수 있었다. 자신의 형님이 온전히 형체를 찾으시기만 한다면야. 자신의 시간 따위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위무선이 죽은지 13년이 되던 것이라도. 셋째 형님, 이젠 정말 저희 형제와의 인연을 마무리 해야 할 때 입니다.

형님 그 자입니다. 당신을 죽이고 감히 당신의 시신까지 훼손한 금광요가 거기 있습니다. 그가 범인입니다. 이제 원하는대로 하소서.
"형님!!"
제가 당신을 검은실로 이었습니다. 떨어져 있던 몸과 머리를 하나로 이었으니 이제 뭐든 하시지요, 형님. 그게 어떤 것이든 저는 형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살아생전 무섭던 형님은 죽어서도 무서운 분이었다. 하물며 자신을 못 알아보면서도 자신의 목소리에 다가오는 것이 과연 죽이기 위함일까, 아님 동생이라고 한 번 더 보러 오시는 길일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형님 손에 죽는다 해도 딱히 미련을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이제 형님과 저승에서 같이 살 수 있을 것 아닌가. 세차게 걸아오는 그 모습이 무섭고도, 실망스럽고, 이상하게 기꺼웠다. 그러나 그건 희신에 의해 막혔다.
"형님, 그는 회상입니다!"
왜 나를 살리려는 것인가. 왜 형님이 금광요를 죽이게 두지 않는가. 자신은 그럴 수 없었다. 저 형님의 원통함은 자신이 풀어줘야 했다. 형님의 복수는 형님이 하는게 맞았다. 그러니 위 형,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고맙기는 하나, 형님을 지금 봉인시키는 건 안됩니다!

"아악!!"
다리를 검으로 찔렀다, 그것도 일부러. 형님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다리쯤이야. 피가 흐르는 다리를 붙잡고 혈향이 나도록 굴렀다. 형님, 제가 다쳤어요. 저를 다치게 한 범인이 여기 있어요. 그리고 그 범인은 형님의 원수를 업고 있습니다. 저를 봐주세요.
"아흑.. 형님.. 너무.. 아파요.."
일부러 퇴로를 막고, 일부러 찌르고, 일부러 굴렀다. 그러나 길게 아프긴 싫어 징징거리며 희신에게 약을 달라 청했다. 부디, 한 번이라도 내게 오시길. 호기심을 갖고 여기로 오시길. 당신이 생전에 그리 예뻐하던 동생이 다쳤으니 원한만 남았더라도 자신을 봐주시길. 작전은 성공했지만 죽이는 건 다른 사람이었다. 그럼 이제 아플 생각은 없다.
"희신 형님! 빨리 와서 제 다리가 몸에 붙어 있는지 좀 봐 주세요!"
"회상, 괜찮다. 그렇게 무서워 할 것 없어. 다리 안 잘렸어. 그냥 찔린 거야."
"찔렸다고요! 어떻게 안 무서워요! 살려주세요!!"
아팠어도 입은 팔팔했다. 희신 형님은 시끄러운 이 입을 막고 싶어서라도 약을 줄 것이다. 진통제를 먹고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첫번째 시도는 실패했으니 이젠 두번째 시도를 해야지. 약을 일부러 바로 주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을 때 기회는 이게 마지막이다.

"희신 형님, 뒤를 조심하세요!!"
놀라고 공포에 질린척 연기하며 소리치자 희신이 보지도 않고 검을 들어 찔렀다. 가슴이 찔려 경악하는 금광요의 모습이 참으로 볼만했다.
"나, 나, 나는 방금.. 셋째 형님이.. 아니, 금 종주가 손을 뒤로 뻗는 걸 봤는데.. 그가.."
자신이 연기한 걸 다들 알면 어떻고 또 모르면 어떤가. 어차피 저자는 죽어야 할 목숨이다. 형님에게 죽지 못하면 대신 내 계책으로 죽으라지!
"섭회상!!! 참 대단한..!! 모르쇠였어!!!"
금광요가 대단한 모르쇠라며 자신을 향해 소리쳤다. 자신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찔렸는데 살아있다니. 희신이 생각보다 강하게 찌르진 못한 모양이다. 쳇, 이왕이면 한방에 떨어지길 바랬건만. 확실히 정이 문젠가.
"희신 형.., 형님은 절 믿으시죠??? 정말 봤어요!! 그가 형님을!!"
그러자 금광요는 끝내 발악하더니 형님이 봉인된 진법을 흩트렸다. 허, 제발로 죽음을 향해 가다니 참으로 대단도하시군. 멍하니 그걸 지켜보는 것도 잠시 금광요는 목이 부러져 자신의 형과 함께 관으로 들어가 봉인됐다. 드디어 이로써 자신의 복수는 성공한 것이다. 불만인 것은 감히 저자가 형님과 같은 관을 쓴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그저 형님이 이제 편히 쉬셨음 그걸로 됐다.

"희, 희신 형님, 괜찮아요?"
그리고 내 계획에 여러모로 도와준 희신 형님에게도 고마웠다. 이러나 저러나 나를 늘 챙겨줬으니. 그러나 이젠 내가 못 미더웠나보다. 아, 착한 사람인데. 진실을 말해줄까. 아님 얼버무릴까. 진실을 말해주면 이자는 분명 무너질 것 같은데. 형님이 앞뒤가 다르면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건 아무래도 이젠 이 하나 남은 다정함 때문이겠지. 그래서 말을 아꼈다. 괜히 허둥대며 말을 끝냈는데 이젠 또 이릉노조가 내게 물어온다. 아, 정말. 다들 눈치가 너무 빠르시군. 그냥 넘어가실 생각도 없고. 맞다, 이릉노조가 생각한 대로 나는 사실 그가 자결을 하든 형님 손에 죽든 그냥 그가 죽기만 하면 되었다. 게다가 이왕이면 비참하게. 그 와중에 체면도 위신도 다 땅에 떨어지고 죄도 더 많아지면 좋고 말이다.


그러다 관음묘를 알아채고 형님의 머리를 먼저 꺼냈다. 아, 얼마만의 형님의 얼굴인가.
"..형님, 보고 싶었습니다. 많이 힘드셨지요. 이제 곧 다시 붙여드리겠습니다."
얼굴엔 글귀들이 가득하고 눈도 가려졌으나 당신은 아시겠지요. 당신의 머리를 안고 있는 자를. 사실 모르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형님을 알고 있으니까요.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제 다시 집으로 갈 수 있습니다, 형님. 저랑 이제 다시 섭가로 가요.
"..그 전에, 그냥은 못 가지요."
형님의 머리 옆에 있던 관을 열어제꼈다. 여기엔 금광요가 제일 아끼는 어머니의 시신이 있겠지. 이걸 어찌할까. 당신이 나의 가족의 시신을 건들였으니 나도 그래야겠다. 나도 같이 오마분시 하여 이 세상 곳곳에 퍼트려 놓을테다.


그리고 이제야 모든 것이 끝났다. 사람들이 왔으니 이제 모르쇠는 사라져야지. 같잖은 선독, 같잖은 오사모. 가는 길에 태워버려야지. 회상은 다른이들이 자신에게 관심이 오지 않자 조용히 그자리를 벗어났다. 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았다. 이제 형님은 평안하시겠지. 이젠 정말 예식만 남았다. 자신은 이제 모르쇠가 아니었다. 자신의 뜻을 펼쳐 섭가를 다시 일으켜야 할 인물이었다. 이제 더는 형님이 없어도 힘들지 않을 것 같다.


"형님, 이젠 정말, 정말로 편히 쉬십시오. 훗날, 제가 일을 다 마치고 저승으로 가면 제가 어떤 일을 하였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면 형님은 제게 잘했다고 칭찬 한 번만 해주십시오. 저는, 그것이면 족합니다."

섭가는 다시 일어날 것이고, 이젠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의 형이 그랬듯, 이젠 그 자리를 물려받은 동생이 섭가를 당당히 일으켜 세울 것이다.


사실.. 명결의 손 크니까.. 왼팔로.. ㅈㅇ하는 회상쓰려다.. 너무 쿠소 빻췬가.. 싶어서 뺐음.. 언젠가 얘네.. 살아 있을 때 떡쳐야지..(?) 아니 근데 진짜 섭명결 왼팔이든 뭐든 사실 날뛰었을 때 회상이 꼭 끌어안으면 신체는 기억해서 죽기 전처럼 회상이라고 봐주면 안됨?


ㅠㅠ 덜 거칠고ㅠㅠ 회상..부르면서 찾는 큰형 보고싶다..(오, ㅅㅂ 소재 하나 추가요) 명회쓰면 이제 누구쓰냐.. <망무요!! 희신회상이요!(?)


아상은 회상 애칭으로 쓰려다가 얘네 본명..이 이건가? 함서 그냥 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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