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란유단 [시선]

*백란유단 오랜만에 보는데 너무 재밌다.. 단행본 사고 싶은데 7년 넘어 품절되서 사지도 못함.. 중고서적은 플미? 붙어서 7권까지 파는데 23만원? 부르더라 기겁하면서 다 때려치움.. 여러분.. 책은 그때 그때 사십시오.. 지나고 나면 없다.. 슬프다.. 하..

*오지는 캐붕! 날조와 선동! 노잼 주의! 난 미리 경고를 했다!

*죽음 소재 유의!!! 살짝! 나와요!!



가끔 여우와 시선이 마주친다. 아니, 원래도 시선이 자주 마주치긴 한다. 근데 가끔 날 보는 눈빛이 날 향하는 눈빛이 아닐 때가 있다. 나를 보고 있는데 나를 보지 않는 느낌.

뭐라 설명하지. 아, 마치 과거를 보는 듯한 시선이다. 내 뒤에 처음엔 귀신이라도 붙었나 했더니 알고보니 내 전생을 보는 것 같은 느낌. 그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을까. 나는 널 찾아오고 너는 반갑지만 우울한. 이 애매한 시선들. 나를 보지만 나를 보지 않는 그 시선이 가끔 얄미울 때가 있어.

날 보면서 어딜 보냐고 한번쯤은 뭐라 해보고 싶은데 근데 나는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 오히려 너는 나보고 하루라도 사건을 안 몰고 다니는 것만 해도 좋다고 할 꺼니까. 그러다 내가 죽어서 다시 환생을 하고 너를 다시 찾아온다면 넌 그때는 환생한 내가 아닌 지금의 나를 기억해줄까. 아님, 저주를 그 때 풀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면서 맨 처음 만났던 그 시절을 생각할까. 답은 모르겠다.

게다가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아니고. 나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왔는데. 이번에도 살아남긴 글렀나. 어쩐지 오늘은 운이 좋더라니. 생각해보면 참 좋았다. 꿈에서도 좋은 꿈을 꾸기도 하고 사생활을 보장 받기도 하고. 마치 내가 기린몽을 받았을 때 처럼. 그러나 그 여우가 내 꿈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 무슨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차려야 했는데.

"뭐 합니까? 안 마시고."

기분 나쁘게도 여우를 똑같이 따라한 것은 내게 게임을 하자고 했다. 처음엔 그냥 거절하려고 했는데. 이게 내 신경을 건드리는 바람에. 오늘 운도 좋은데 설마 내가 지겠나 싶어서.

그러나 그 게임이 뭔지는 들어보고 하자고 했어야 하는 건데. 한 때 이거 여기저기서 유행했던 그거 아닌가. 그 유명한 네 차에 독을 탔어. 그거. 어느 누가 주느냐에 따라 반응이 나뉘어진다는. 이번엔 이렇게 빨리 죽을 생각은 못했는데. 오히려 조금 더 오래 살고 싶었는데. 미안해서라도. 그러나 자신은 이미 둘 중 하나의 잔을 골랐고 고르자마자 느낌이 섰다. 아, 이게 독이구나. 천안 이건 왜 안 알려 준 거지. 아닌가, 여긴 괴이가 다 막고 있어서 읽어내지 못하는 건가. 그래서 그런지 태고의 뿔도 못 꺼내고.

"마실건데, 간식은 없어?"

"가지가지 하시는군요."

이번에도 여우와 똑같은 표정과 말을 하며 흉내를 낸다. 역시 생각해도 기분나빠. 여우는 분명 그렇게 말해도 어쩔 수 없다며 간식을 줬을텐데. 이건 그런 다정한 행동 따위 할 줄 모르나보다. 차라리 무시할걸. 무슨 말을 하든. 그러나 이미 늦었다.


"오늘 따라 운이 좋으시네요. 저랑 게임 하나 하시겠습니까?"

"내가? 너랑? 왜?"

"그러지 않으면 제가 당신 대신 이 몸을 노릴꺼니까요."

그러더니 평소 여우가 웃는것처럼 생긋 웃는 게 아닌가. 처음엔 이 여우가 미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니.

"야! 걔는 진짜 죽으라고 하면 죽을 애라고! 하지마!"

"이 자가 죽는게 그리 싫습니까?"

"당연하지! 날 도와준 것도 있고 자기 목숨 함부로 쓰는 애야! 이번엔 안돼!"

"그럼, 당신이 이 여우 대신 죽으면 되지않습니까?" 마치 쉽다는 듯 말하는 게 더 열이 받는다.

"뭐?"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둘 중 누구라도 죽이라는 명을 받았는데 이 여우는 안된다 하시니 천안을 가진 인간이라도 데려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무슨 미친 소리를.."

"생각해보십시오. 어차피 당신은 환생해서 다시 찾아오면 되는 거고. 이 여우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데 무엇이 문제 입니까?"

"내 양심이 문제다! 내 양심이!"

"그러시다면 이번엔 은혜를 갚는다 생각하시고 죽으시면 되겠네요."

"...여우 얼굴로 그런 말 하니까 설득되서 더 미치겠다."

"그렇지요? 어찌됐든 당신은 이 얼굴에 약하니까요. 죽는 것도 다치는 것도 싫죠?"

"당연하지."

"왜요?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습니까? 죽어도 이 여우는 다시 살아날텐데?"

"그것도 계속 보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미쳐."

생각보다 자주 본 것 같아 한숨을 내쉬자 여우 형상을 한 것이 자신의 손을 잡는다.

"그럼, 저랑 게임 하실거죠?"

"그래, 하자 해!"

..여우가 들었다면 진짜 바보 멍청이에다가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냐고 화를 냈을 거다. 왜냐면 자신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이대로 죽으면 어떡하지? 다시 재시작인가? 아니 무슨 게임도 아니고. 고개를 젓다가 결정했다. 그래 여우는 나 대신 많이 죽고 고생도 많이 했으니까. 이번 생은 내가 희생하자. 물론 내 소식을 알고나선 바로 내 멱살을 쥐고 화를 낼테지만.

그래도 말해 줄 수 있는 건 그거다. 여우도 내 얼굴을 한 형체가 이런 게임을 하자고 협박을 했다면 순순히 끌려왔을 것 같다는 것. 아닌가? 나보단 내 전생이라는 그 비형랑 얼굴 일 때 제일 잘 먹힐지도. 그래도 날 위해 희생해준다는 것 자체가 고마울 것 같아서 독이 들었다해도 꽤 맛있어 보이는 찻물을 목구멍을 넘겼다.

"..떫다." 생각보다. 색은 맛있어 보였는데. 그러더니 단숨에 뭔가가 울컥하는 느낌이 난다. 우웩. 뭔가 잘못 됐는데. 울컥하고, 뒤틀리고, 뜨겁다. 숨도 못 쉴만큼 괴로움에 탁자에 엎어져 부들거리는데 그제야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난 그것은 어느새 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웃으며 덩실덩실 춤추고 있다.

끝인가. 천천히 몸에서 힘이 빠진다. 혹여 귀신으로 남아도 여우한테는 가지 말아야지. 당할라. 죽어가는 와중에도 웃음이 새어나오다가도 여우의 시선을 생각한다. 나를 보았던 것일까. 아님 나의 전생을 보았던 것일까. 나랑 눈이 마주칠 때 마다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죽을 때가 되자 오만 것이 궁금해지지만 이젠 물을 수 없겠지. 천천히 의식이 멀어지다가도 마지막에 들리는 음성이 신기하다.

황금색이 너무나 밝아서 하얀색으로 보였다는 그 힘. 그리고 날아오는 무자비한 폭언.

"이, 이 멍청한 사람아!!!"

당황하는 목소리는 저렇구나라고 느끼며 잠시 기억이 끊겼던 것 같다.

죽으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긴 했는데 지금 당장 겪을 줄은 몰랐는데. 아니다, 그냥 여우의 말대로 나는 계속 죽었댔으니 이번에도 그 일의 연장선인가. 또 혼자 죽어버린거면 되게 미안해지겠는데. 여우는 다시 화날대로 화났다가도 곧 냉정해질꺼야. 똑똑한 녀석이니까. 또 이렇게 갔다고 화는 좀 내겠지만.

"아, 어떡하지. 이제." 어쩌긴 저승가야지. 몸을 일으켰다. 죽은 거라 그런지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한마디라도 할까 했다가 이번에 진짜 눈에 보이면 두 번 죽일 것 같아서 그냥 발이 가는대로 움직이고 있는데 뭔가가 내 어깨를 탁, 하고 잡는다.

"?" 아 깜짝이야. 여우다. 여우인데 또 여우인 척 하는 건가 싶어 가만히 바라보니 미간을 찌푸린다.

"진짜 제정신입니까? 아무리 저의 모습을 하고 있다하더라도 그걸 어찌 멍청하게 홀랑 따라가 변을 당하시냔 말입니다!"

"..진짜 여우네."

"죽어가는 마당에 압니까? 머리가 평소엔 급박할 땐 잘 돌아가더니 왜 이번엔..! 왜!!"

나를 엄청 원망하면서 화를 내는 여우의 손을 토닥였다. 평소라면 기겁했을 녀석이 이젠 가만히 있다.

"그럼 어떡하냐. 둘 중 누구라도 데려가야겠다고 네 얼굴로 죽이겠다는데. 네가 죽는 거 많이 봤잖아. 그게 좀 싫기도 하고."

"그럼.. 누구는.. 누구는 그게 좋아서 이러고 있겠습니까!!!!" 여우가 소리를 버럭 지른다.

"제 얼굴이라고 따라가요? 당신이 뭔데! 당신이 뭔데 나 대신 죽느냐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죽으면 끝입니다! 저는 살아나기라도 하지 당신은 다시 나를 잊고 언제 다시 올 지도 모르는데! 내가 언제 까지 당신이 죽는 것만 계속 손 놓고 보게 하는건데요!"

"..여우."

"언제까지 당신만 계속 죽는 지옥불에서 살아야 합니까? 차라리 이럴거면 나도 완벽하게 죽이기라도 하지! 왜! 왜 자꾸 나만.. 혼자 두고.."

원망과 분노가 가득 섞인 얼굴로 소리치다가 나를 보며 운다.

"..란아."

나는 아니더라도 너의 첫 친구는 너를 이렇게 달래지 않았을까. 이렇게 우는 것도 보기 싫지만 그래도 자신보단 네가 살아줬으면 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너를 죽인 빚을 이렇게라도 갚고 싶은 거 아닐까.

"너도, 똑같이 했을 거잖아." 내가 피식 웃었다.

"너도 나처럼, 나도 너처럼. 그냥 서로가 죽겠다고 했을거야. 너는 유단인 내가 아니라도 어느날의 전생에서, 아니면 환생에서 날 향해 죽을 각오를 했겠지만 아직은 내 죄가 너무 커서 네가 죽을 차례가 안되었나보다 생각해라."

죽은 걸 알면서도 괜히 여우가 너무 외롭고 추워보였다. 그래서 진짜 정말로 아끼는 건데 내가 걸치던 목도리를 풀어 천천히 여우에게 둘러매줬다.

"나한테 엄청 귀한거야. 알지?"

"..이런 거 줄 생각을 하지 말고! 살 노력을 하라고요!! 죽었다고 다 포기하지 말고!!!"

"춥다. 여우야. 들어가. 방구석 폐요생활은 적당히 하고, 내 물건 다 가져도 되니까 마음껏 하고. 대신 우리 가족 좀 어떻게 해주고. 알았지?"

"진짜 미쳤습니까? 왜 이러는 겁니까!"

"너는 나를 유단으로 봤는지, 아니면 비형랑으로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날 보던 그 눈빛이 너무 미안했어. 너는 다 기억하는데 나는 늘 둔해서. 죽을 때가 되서야 알아채네. 미안하다. 건강하게 좀 더 잘 지내고 있어. 금방 갔다가 금방 올게."

"..그냥 가지 말고.. 여기 있으십시오. 저를 위해서라도 여기 있으시라고요.."

내가 둘러준 목도리가 여우의 눈물에 젖어 짙은색이 되어간다.

"진짜 금방 올게. 내일이 내 생일이었으니까. 내 생일에 맞춰서 꼭 너에게 올게."

"환생했는데 어떻게 생일이 같습니까? 멍청입니까?"

"아, 그런가? 근데 그 비슷하게 오려고 노력은 해볼게. 일찍 너한테 와서 오래 머물다 갈게."

"...제 나쁜 꿈은 언제 끝납니까? 끝은 나는 겁니까? 전 언제까지 허망하게 당신이 계속 죽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도 당신은 왜 계속 죽어야 합니까??"

모든 것이 신의 뜻이려니하고 받아들이라는 농담을 하려다가 생각해보니 얘는 신에 엄청난 반감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안녕, 나는 너를 좋아했지만. 넌 나보단 너를 잔혹하게 죽였지만 그래도 네게 뭐든 다 해준 첫 친구를 좋아하겠지. 나는 절대 그를 이길 수 없을꺼야. 이길 수도 없고. 생각해보면 너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날 신경 써준다는 거니까.

조용히 손을 뻗어 여우의 솟아오른 귀를 막았다. 평소 때라면 엄청 싫어할텐데. 지금은 정신이 없는지 그냥 바라보기만 한다. 그것도 웃겨서 피식 웃다가 중얼거렸다.

"좋아해. 좋아했어." 너는 내 고백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겠지. 그래도 내가 너한테 아끼는 목도리를 줬던 이유만큼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가야겠다." 조심스레 손을 떼고 머쓱하게 여우에게서 등을 돌리는데 목에 뭔가가 감겨와 나를 조른다.

"켁.." 걸음을 잠시 멈추자 아직은 물기가 어린 목소리로 나를 향해 중얼거린다.

"이번만.. 이번만 마지막으로 놔 주는 겁니다..! 다음에 오면! 진짜 마리오처럼! 목도리로 목줄을 만들어 평생 제 옆에 끼고 살게 할껍니다! 인권도 다 포기 당할 생각으로! 이 천호의 애완동물로 살 각오를 하고 오시라고요!"

"응, 다음에 만나면 다 각오하고 올게."

말은 저렇게 해도 못할꺼면서. 웃으며 떠났다. 이상하게 전혀 춥지 않다. 이상하지 혼자 있을 땐 정말 추웠는데. 아, 이제야 내게도 봄이 오나 보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허망하게 죽는 일 따위 다신 없을 거야.


분명 나이는 자신보다 어린데 언제 저만큼 커서 저승길을 혼자서 씩씩하게 걸어가는지. 귀신들에게 둘러 쌓인게 너무 익숙해서 언제고 죽을 생각으로 구는 것이 맘에 안 들었다. 자신은 살아나기라도 하지, 저는 목숨도 하나인게 왜 자꾸 자신에게만 지는지. 백란이 둘러준 목도리를 꾹 쥐었다. 자신도 저 얼굴에 넘어가 죽어줬을테지만 혼자만 먼저 죽는 게 맘에 들지 않는다. 다음에 여기에 발을 들이면 절대 죽지도, 넘어가지도 않게 자신 품에 가둬놓을 것이다. 자신 손 위에 두고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반월당으로 돌아와 등에 있던 별을 확인했다. 인연성은 여전히 빛났다. 당신이 다시 찾아올 때 까지만. 그 때 까지만 더 걸어둘것이다. 당신이 오면 저 별을 떼어버리고 막강한 별을 달아야지. 삿된 것이 여기는 들어오지 못하게. 당신만 계속 지키게끔.

여우는 얼굴을 차갑게 굳히고 돌아왔다. 동자삼들이 손 쓸 도리도 없이 오장육부가 심각한 출혈을 입어 살릴 수도 없었다. 차라리 혼령으로라도 잡아둘 것을. 그러나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아서 주먹만 꽉 쥐었다. 주먹이 떨리다 못해 하얗게 변하지만 계속 쥐다가 감히 자신과 그를 농락한 것을 처참하게 죽였다. 다시는 살아나지도 못하게 조각조각 내버렸다. 이렇게 하나씩 씨를 말려버릴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내가 다 씨를 말려버린 안전한 새장에 들어와. 그렇게 나만 보고 내가 만든 안전한 세상에서 계속 살아. 이번에도 죽으면 강제 귀신으로라도 만들어서 자신 옆에 둘 거다.

그게, 이제는 변해버린 자신의 사랑이었다. 천천히 목도리를 자신의 목에 감았다. 생각날 때 마다 목에 둘렀다. 느낌이 사라질까봐. 다시는 오지 않을까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어느새 천호가 미쳐 목도리를 한다는 소문이 돌았어도 어차피 자신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벌써 수백번, 수천번을 잃었다. 제정신인게 더 이상한 게 아닌가.

그렇게 한참을, 한참동안을 기다렸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를 위하여.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벌써 몇 번의 사계절을 보낸 것 같은데. 아직도 자신은 하나도 잊지 못했다. 잊으려 할 수록 처음부터 끝까지 첫생부터 끝난 마지막 생과 스쳐지나가는 생들이 생생하다. 겨울이 다시 되고 있다. 잊어 먹을까봐 소중하게 감싼 목도리를 목에 둘렀다. 오늘은 잠시 산책이라도 다녀올까. 그러다 보면 마주치지 않을까 싶어서.

눈이 오니까 우산도 조용히 챙겨들고 식구들에게 산책을 간다하고선 천천히 걸었다. 당신은 서천 어디쯤에 계시는지. 내가 당신을 살리려면 그 꽃들을 꺾어 뼈만 남은 당신 몸 위에 살살 문질러야 할까. 그러면 새 살이 돋고 피가 돌아 날 보며 다시 웃어줄까.

허황된 생각에 빠져 피식 웃고 있자 누군가 자신을 스쳐가다가 잠시 멈춘다.

"...? 여운가?"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부빈다.

"처음 보십니까?"

"말도 하네. 넌 뭐야? 시커먼 것들하곤 다른 것 같고." 외모도 생김새도 같다. 설마 이름까지 같을까.

"저는 백란입니다. 그러는 당신은요?"

"나? 나는 유 단."

"..같네요." 좋으면서 슬프다. 그는 맞지만 아닐거라서.

"뭐가. 근데 목도리 젖겠다." 자신에게 성큼 다가와 목도리를 다시 매어준다.

"내가 그랬잖아. 소중한 거라고."

"...여전합니까? 기억이?"

"어! 봐! 내가 이 때쯤 온다고 했지?"

"..케이크를 사가야겠군요."

"단 거 싫어하잖아?"

"생일이시니까요. 당신이."

손을 잡고 같이 우산을 썼다. 드디어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이제는 정말 놔주지 않을겁니다.

"여전합니까?"

"뭐가?"

"절 좋아한다는 말."

"..응. 아직은 여전히 좋아."

"다행입니다."

여우가 웃었다. 어느새 속은 시커멓게 변해선 어린 인간을 잡아 먹으려는 것도 모른체 인간은 웃었다.

"왜?"

"그냥요. 바보인 건 여전해서요."

그리고 여전히 순진해서 맘에 듭니다. 반월당으로 돌아가면 목도리에 주인이라는 걸 알 수 있게 자신의 이름을 새겨두자. 두 번 다시 자기 마음대로 죽지 못하도록. 여우가 웃었다.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보인다고 생각하며 유단은 여우의 손을 잡고 눈이 오는 거리를 걸었다.


어.. 이 뒤는.. 아마.. 백란의 집착광공을 볼 수 있을지도..!! 사실 그냥 엄청 옛날에 유행하던 네 차에 독을 탔어 생각나서 막 썼는데 유단의 소류를 이기지 못 하는 감정과 좋아하는 사람이 계속 눈 앞에서 죽어가서 점점 돌아버린 백란유단을.. 쓰고 싶었을뿐..ㅎ.. 오랜만에 반월당 보는데 재밌네요! 나랑 백란유단 팔 사람!!!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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